핀란드 교실 혁명
by Karice행복하게 공부한다는 것
『핀란드 교실 혁명』, 박재원, 비아북, 2009년
7월 독후감 21사단 수색대대 3중대 2소대 일병 김지원
이 책은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날 충격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북유럽의 작은 나라인 핀란드의 반란이었다. 핀란드 아이들은 자신을 위해 공부를 한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우리가 공부를 하든 말든 사실 선생님한텐 남의 일이 아닌가요?”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이고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는 건 각자의 몫이라고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왜 그리 심한 경쟁 속에서 공부를 하는가? 좋은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서다. 단지 그 이유뿐 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너무나 서글퍼졌다. 핀란드의 학생들은 자기 스스로 즐거워서 공부를 한다.
핀란드에는 소위 8학군이라 불리는 명문 학교 지역이 없다. 그냥 집 가까운 학교로 진학한다. 그 곳에선 사회적 배경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핀란드의 교육제도는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는데 성공했다.
핀란드에서는 의무교육 기간인 16세까지 타인과 비교하는 시험도 경쟁도 없다.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수업도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높은 학력을 자랑한다. 왜일까? 왜 한국 학생들이 훨씬 오랜 시간 공부를 하면서도 학력 수준이 오히려 핀란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수업시간에 학습효과가 거의 완성되는 핀란드와는 달리 수업은 시작일 뿐 자습을 통해 공부를 완성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비교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핀란드 기초학교에서는 성적 그리고 경쟁을 철저히 배제한다. 성적을 집계하고 분석은 한다. 하지만 순위는 매기지 않는다. 성적을 집계하고 분석하는 이유는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서이다.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 성적을 분석한다는 부분을 읽고 나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명문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공부 기계들을 키워내는 것이 아닌 진정한 참교육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또한 대학입학자격시험은 모두 서술형으로 이루어진다. 배운 지식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를 물어보는 것이기에 암기식 공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을 해도 실제 대학 입학까진 평균 2-3년이 걸린다. 바로 대학에 입학하지 않고 사회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정말 부러웠다. 우리네 현실은 어떠한가? 수능 성적에 맞춰 원서를 넣고 붙으면 무슨 학과이든 상관하지 않고 일단 대학교에 진학한다.(다들 그렇지는 않겠지만 거의 대부분이) 그렇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학교를 다니다가 졸업을 하고나면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직업을 선택한다. 우리나라도 적성에 맞는 직업을 알아보는 직업 박람회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모두 취업문제가 코앞으로 닥쳐왔을 때 그런 곳을 찾는다. 이러한 현실이 너무나도 잘못된 것임을 피부로 느꼈다.
핀란드의 교실 속은 정말 자유롭다. 워크북을 푸는 학생, 공놀이를 하는 학생, 계속 과제를 하는 학생, 하교를 준비하는 학생, 실험 결과를 기록하는 학생 등 여러 종류의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교사가 수업을 시작하면 어느새 모두 집중을 하고 있다. 수업 시간엔 교사가 강압적으로 주목하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수업을 하면서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수업을 한다. 교사가 하나를 알려주면 아이들은 친구들과 토론을 한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고 해답지를 맞춰본다. 잘못 풀었어도 그저 차근차근 고쳐주는 선생님의 지도를 따를 뿐 틀린 것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물론 비웃는 사람도 없다. 여기서 한국의 교실 분위기와 정말 첨예하게 다른 것을 느꼈다. 한국의 교실 분위기는 딱딱하고 경직되어있고 질문은 잘 하지 않고 교사가 한 학생을 지목해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 그 학생은 ‘틀리면 어쩌지? 애들이 날 비웃겠지?’ 이런 생각에 불안해한다. 나 자신도 그러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부끄러움은 커져만 갔다.
핀란드에서는 교육방법에 대해 교사가 전권을 가진다. 교사가 아이들의 상태를 보면서 그 때 그 때 가장 좋은 판단을 내린다. 교사는 그렇게 가장 좋은 가능성을 선택하고 만들어내는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핀란드에선 교사들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대학 교수에 버금간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려면 교사도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키워야 한다는 마인드를 핀란드 교사들은 가지고 있다. 교사들은 아이들의 기분을 고려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의욕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도와준다. 교사가 한 아이에게 워크북을 풀어보라고 말하였더니 아이는 “워크북은 이제 재미없어요.” 라고 대답을 한다. 그랬더니 교사가 “그래? 그럼 다른 걸 한 번 해보자.” 라고 말을 한다. 한국 교실에서 가능한 대화인가? 절대 불가능하다. 한국 교실에선 선생님이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란드에선 학생들이 교실의 주인이었다. 진정한 자기 주도 학습을 하게 하기 위해선 정말 철저하게 통제를 배제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교사의 역할은 어떠한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과목을 배우는 아이들을 돕는 것이라던 핀란드의 한 선생님의 말이 너무나 가슴 깊이 다가왔다. 공부도 공부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절실히 요구하는 학생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핀란드는 그림의 떡이 아닌 추구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핀란드에서는 수업시간에 아무 말 없는 아이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떠드는 아이는 문제의 답을 찾아낸 것이라 여긴다. 기다리는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잘하는 아이에게만 맞추면 수업은 빨리 진행 되겠지만 못하는 아이가 의욕을 잃어버린다. 핀란드의 교육은 조금 부진한 학생에게 맞춰져있다. 잘하는 아이만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낙오 없이 데리고 가는 것이 핀란드의 교육 목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반에서 못하는 아이는 학급 평균을 떨어뜨리는 낙제자로 취급당하고 잘하는 아이만 추켜세운다. 정말 반성해야 되는 현실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만약 내가 교사였다면 이라고 생각해보았다. 난 과연 어떠한 교사가 되어 있을까? 오직 좋은 성적만을 강요하는 교사? 아니면 아이의 이해를 기다려주고 학습을 도와주고 아이가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 공부를 하게 되는 그런 학생들을 길러내는 교사? 난 후자를 선택하겠다. 참된 교사의 길이라는 건 정말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미래의 대한민국 교육현실을 위해 교사를 꿈꾸는 나부터 달라지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 훗날 나의 제자가 “점수보다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공부를 재미로 하고 즐기지 의무로 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 즐거움이 무엇인지 느낌으로 알게 되어 불안감도 없어 졌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행복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해준다고 상상하면 정말 온 마음을 다해 기뻐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냄새 나는 핀란드의 교육 현장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반성하는 동시에 그 대안이 생긴 것 같아 기뻤다. 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은 물론 교육계에 종사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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